"아이 손을 놓지 않으면 혼자 일어 설 수 없다"
요즘 부모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욕심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데 익숙한 것 같다. ‘너를
사랑해서야’,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로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한다. 부모 자식 간에도 분명 ‘사랑의 기술’이 필요한
법이다. 아이를 위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사사건건 간섭하고 강요한다면, 엄마 뜻대로 움직이는 착한 아이가 될지는 몰라도
주체적이고 자기 정체성이 확실한 아이는 될 수 없다. 지금 바로 아이와의 ‘정신적인 탯줄’을 끊어라. 정신적인 탯줄을 끊고 내
아이를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서 바라본다면 비로소 엄마는 아이 위에 있는 명령자의 위치가 아닌 조력자이자 관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아이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지 마라
아
무리 이기적인 사람도 자식 사랑만큼은 끔찍하다. 그래서 아이를 인격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신’으로 여기는 실수를 범한다.
아낌없이 주고 헌신을 다하는 노력 뒤에는 아이를 통해 보상받고자 하는 욕구가 깔려 있다. 대부분 엄마들은 똑같이 변명한다. “다
저 잘 되라고 하는 거예요. 아이에게 바라는 거 없어요. 제 앞가림 잘하고 편하게 살면 그걸로 됐어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네가 이뤄주었으면 해. 내 모든 희망은 너란다’라는 주문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분신’,
욕구를 보상받을 ‘대상’으로 여기지 마라.
■ 헬리콥터 부모가 되어선 안 된다
‘내
아이를 가장 사랑하고 가장 잘 아는 것은 엄마인 나’뿐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런 생각 때문에 ‘헬리콥터 부모’가 양산되고
있다. ‘우리 애한테는 이런 과외가 어울리지’, ‘내 아이는 좀 조용하고 차분한 친구랑 잘 맞아’ 하고 아이를 섣불리
단정지어서도 안 된다. 아이가 혼자서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자주적인 인간이 될지, 아니면 엄마가 조종석에 앉아 있어야만
안심하는 ‘아이 어른’이 될지는 전적으로 엄마에게 달렸다. 시행착오의 기회를 주자.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 “안 돼’라고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돼라
엄
한 부모가 존경받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주변을 살펴보면 대부분 부모들이 ‘친구 같은 부모’가 되길 원한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놀아주며 편안하게 대화하는 부모들이 점점 늘고 있다. 바람직하고 필요한 현상이다. 하지만 엄하게 꾸짖는 면도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잘못을 꾸짖지 않으면 아이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잘못했을 때 지적하지 않으면 아이는 사회의 통상적인 관습이나
규범에 혼란을 겪는다. 무조건 ‘오냐오냐’하기보다 차라리 ‘안 돼’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진짜 사랑이다.
■ 대표적인 잘못된 사랑법 ‘사교육’
우
리나라 사교육은 일종의 사회적 병리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7세 이하 미취학 아이들이 일주일에 30시간 정도 사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영어, 피아노, 태권도, 수영 등 분야도 다양하다. 그러나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가에 분명하게 답할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엄마들은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경험시켜주는 것뿐이며 아이도 재미있어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아이가 진정으로 그것을 원하는가? 내가 원하는 모습을 투영시킨 것은 아닌가?’
아이는 스스로 흥미를 느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게 돼 있다. 엄마가 할 일은 아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
■ 아이를 절대 돕지 마라
아
이는 ‘양육’의 대상이지 ‘양성’의 대상은 아니다. 보살피고 잘 돌봐야 하는 약한 존재지 가르치고 유능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대상은 아니라는 뜻이다. 대부분 엄마들은 한결같이 ‘우리 아이 내가 돕지, 누가 도와’라는 생각을 한다. 정말 그럴까? 혹시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아이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식물이 제때 물 주고 햇빛만 쬐면 쑥쑥
자라듯 아이도 적당한 사랑만 주면 잘 자란다. 지금 아이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라. ‘실수하지 않을까?’,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을 다잡아라. 아이의 손을 놓지 않으면 아이는 혼자 일어서는 법을 잊어버릴 것이다.
■ 행복한 부모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아이는 바르게 자란다
부
모의 행복한 얼굴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법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는 여전히 ‘희생’의 대명사로 통한다. 자식과
아내를 모두 외국으로 보내고 홀로 사는 기러기 아빠를 비롯해 생활비의 절반 이상을 사교육비로 소모하면서 정작 본인을 위해서는
영화 한 편, 여행 한 번 떠나지 못하는 부모가 수두룩하다. 그렇게 자신을 돌보지 않고 아이만 바라보는 것을 사랑이라 생각한다.
아이에게 올인하지 마라. 사랑이 넘치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평소에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가족의 주체인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그 모습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그대로 따라 한다.
이호분 원장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를 거쳐 현재 연세누리
소아정신과 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이호분의 아이세계’, ‘이호분의 교육클리닉’ 등 다수의 칼럼을 신문과 잡지에 연재했으며,
SBS TV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자녀 교육서 <차라리 자녀를 사랑하지
마라>(팜파스)를 펴냈다.
우먼센스 기사